2022년 3월 10일.
우린 어젯밤 '데니즐리'에서 '이스탄불'로 야간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이스탄불은 역사적으로 굉장한 이야기들이 얽혀있는 도시다. 자세하게 설명할 전문적인 지식은 나에게 없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다른 블로그를 참조하시길 바란다. 나름 재밌다.
이스탄불은 '유로존'과 '아시아존'으로 나뉜다. 흔히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나라라고 하는 만큼 이스탄불 사이의 바다를 기준으로 유럽 측은 유로존, 아시아 측은 아시아존인데 들은 이야기지만 아시아존에 아시아권 사람들과 아시아문화(한국, 일본 등..)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편이라고 한다.
우리는 아침에 유로존에서 버스를 내렸고, 숙소는 아시아존에 있었다.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했는데 택시에서 내린 뒤 숙소를 찾는데 숙소 주소는 잘못 등록되어 있었고 그때부터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2시간 동안 숙소 주인과 연락을 시도했다. 눈보라가 피곤을 타고 오는 건지, 피곤이 눈보라를 타고 오는 건지.. 눈을 피하기 위해 앉아있던 카페에서 잠에 들려고 할 무렵 그에게 연락이 왔다.
결국 다시 택시를 타고 눈보라를 헤쳐가며 제대로 된 곳에 도착했다. 집에 들어섰을 때 나그참파 냄새가 많이 났다. 그곳에는 집주인 외 2명이 더 있었다. 아니, 엄밀히는 뻗어있었다. 딱 봐도 곱게 잠들지는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뭔가 모를 친근함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고 그 웃음에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던 화가 진화됐다.
나중에 그들이 일어난 뒤 알게 된 건 그들은 집주인의 친구들이었고 어젯밤 집에서 한 잔 하고서 잤다고 한다. 사실은 매일 그렇게 마신다는 말도 함께. 그 말을 듣자 무언가 불현듯 떠올라 그들의 나이를 물었다. 역시나 스무 살들이었다. '스무 살'이란 마치 대명사 같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매일을 노는 데에 불태워도 다른 것에 쓸 땔감이 남아있는, 매일을 취해도 내일도 취할 수 있는 면죄부를 가지는 시기. 어쩌면 나중엔 안될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걸까? 아마 의식적으로 아는 건 아닐 것이다. 난 그랬다.
오늘은 창밖에 눈보라가 무섭게 달리고 있어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저 거실에 앉아 터키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왜 각자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눈보라 때문은 아닐 것이다.)
터키는 전 세계 담배 소비량 1위의 국가다. 이슬람이라는 종교적인 특성 탓일까? 유독 담배를 많이, 많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피운다. 터키 여행을 해 본 사람들이라면 분명 버스 기사님이 운전하면서 담배를 피우거나, 누군가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현재는 점점 흡연자수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집안에서 흡연을 했기에 집은 금세 뿌옇게 변해갔지만 나 또한 흡연자인 입장에서는 꽤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달까.. 한국에서는 잘 있을 수 없는 경험이다 보니 이런 상황이 아주 나쁘지만은 않았다.
사람이 친해지는 데에는 학연, 지연, 흡연이라고 했던가. 우리는 급속도로 친해지며 해가 질 때쯤 술을 마시자는 얘기까지 나오게 되었다. 배달 어플을 이용해 술과 음식을 주문하는 듯 보였지만 주문한 것들을 들고 온 건 배달기사님이 아닌 그들의 친구들이었다. 이렇게까지 판이 커질 줄은 몰랐다. 난 6명의 스무 살들에게 둘러싸여 그들과 밤새 웃고, 떠들고, 마셨다. 여행은 사람으로 인해서도 꾸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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